당연하지 않아!!!
by Kamui
2009년 03월 25일
[렛츠리뷰] 기프트

기프트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나의 점수 : ★★★★★


오랜만에 신청해봤다가 무려 5375:30의 경쟁률을 뚫고 덥썩 당첨되어 버림;;;

읽기는 진작 읽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또 마지막 날에야 리뷰를 올린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가 없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아래부터는 단어 레벨의 네타 포함 가능.



책 속의 이야기는 자체는 어떻게 보면 매우 단순하다.

조금은 무거운 책임을 가진 집안(동네 유지라고 생각하면 딱 들어맞을 듯),

가정 안팎에서의 따뜻한 행복과 사랑,

하지만 너무나 큰 책임과 그 책임을 떠안을 자질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갈등,

그 안에서 자라나는 아이의 성장기가 주된 스토리이다.

부모님의 러브스토리, 가족 간의 다양/복잡한 마음, 다른 집안과의 갈등, 소꼽친구 캐릭, ...

'선물'이라고 표현된 능력과 다양한 설정들이 독특한 배경을 만들어낼 뿐

스토리 라인이나 이야기 자체는 현대 사회에 대입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다 읽은 후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내용 자체보다는 세계관 자체와 작가의 스타일 이었다.



이전에 읽었던 다른 작품에 비해 이런 인상을 더 강하게 받았던 이유는

아무래도 이 책에 등장하는 '에몬'이라는 인물 때문이었다.

에몬은 책 속의 세계관에서 조금은 떨어져 있어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인식을 가진 인물이다.

에몬은 그들의 세계에선 이방인이고, '오렉'과 '그라이'에게 선물에 관련된 많은 질문을 한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를 믿지는 않는다.)

책 초반에 이러한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을 읽으면서

내 시점은 당연히 에몬에 맞추어져 있었다.

나는 에몬처럼 궁금한 것도 많고 오렉과 그라이가 하는 이야기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러다가 '오렉'의 과거 이야기가 시작되어 그 이야기에 빠졌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왔을 때,

나의 시점은 어느 새 오렉과 그라이가 살아온 그 세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미 그 세계에 푹 빠져들어 이방인인 에몬의 생각이 편협하고 어색하게만 보였다.



르귄은 참 재미있는 작가이다.

어떻게 이런 세계를 생각해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독특하고 환상적인 세계를 만들어내지만

그 세계관이 너무나 치밀하고 어긋남이 없어

어느 순간부터 그 독특함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하는 재주가 있다.

어떤 책에 흥미를 느끼고 읽기 시작했다가

그 책에 어느 순간 푸욱 빠지게 되는 데에는 이런 면이 매우 크다고 생각된다.

특이하고 재미있는 설정이라도 사람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보편적인 개념과 너무 다르면

그 부분을 신경써서 변환해야 하기 때문에 재미있더라도 약간 피로해지는 면이 있는데,

르귄의 소설은 그런 면에서 위화감이나 피곤함 없이 푸욱 빠질 수 있어 좋다.

환상적이고 독특한 세계이지만

어느 새 자연스럽게 그 세계의 사고에 익숙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정말 흔치않은 멋진 경험이다, 진심으로 매력적이다.

특이하고 신기하면서도 인류 보편의 무엇인가를 잘 관통하는 설정,

작가는 그러한 균형을 잘 잡아 세계를 만들어내는데 뛰어난 감각이 있는 것 같다.



이 서부 해안 연대기 시리즈가 이후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된다.

잠시 언급되었던, 선물을 거꾸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는

이후에 더 나오려나?

오렉과 그라이는 이후 다시 등장하려나???

기프트는 시리즈의 첫 권에 해당하는 만큼 새로운 세계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일상적(?)이며 가벼운(??) 얘기를 한 것이 아닐까 싶어

이후에는 좀 더 세계를 뒤흔드는 이야기들이 진행되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하고,

모든 권이 이런 식으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나름 매력적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 이런 얘기를 일상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OTL

절대 평범하지 않은 것들이 어느새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다가와

결국은 책을 읽는 사람이 그 세계관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그 세계관 안에서 생각하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에

진심으로 존경을 표한다.



덧. 렛츠리뷰 당첨되었을 때 예상한대로 뒷 권들(보이스, 파워)도 주문해 버렸음 -_ㅜ

이번 주말에는 아무리 바빠도 얘들을 위해서 조금은 짬을 내고야 말테다 (화륵)

렛츠리뷰
by Kamui | 2009/03/25 16:40 | I MY M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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